어두운 밤하늘 이야기 (feat.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 IDA)

얼마 전 네이버 카페인 '별하늘지기' 게시판에 밤하늘 은하수를 향한 사진인의 조명사용에 대한 이슈글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별을 보는 입장과 그렇지 않은 입장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의견과 별지기 카페에서 그렇지 않은 입장을 옹호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표하는 댓글이 있었지요. 어두운 밤하늘이 별지기만의 전유물이 아닌데 왜 보존을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출처 : https://www.darksky.org/

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 (The 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이하 IDA)의 슬로건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밤하늘 보호 노력’입니다. 이 단체의 시작은 빛공해(Skyglow) 역시 공기나 물, 토양오염과 같이 빛도 오염물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에너지 소비 증가와 생태계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및 인간의 건강에 대한 나쁜 작용은 이미 수많은 논문과 연구자료가 증명하고 있는 기정사실이지요.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 한가운데는 물론이고 건축가와 건축주 및 지자체를 포함한 사업주의 낮은 빛공해 인식에 의한 건물외벽을 비추는 투광조명이나 아파트 이름이나 천정 모양에 따라 강한 빛을 내뿜는 LED 조명장치 및 종교시설 조명 또는 전방위로 빛을 내뿜는 확산형 조명장치가 대표적인 빛공해 조명이지요. IDA 홈페이지를 보면 밤하늘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 조명기구의 형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건설되는 신도시 지역의 가로등을 보면 이런 생각이 반영된 가로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요. 한국의 지자체도 빛공해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이를 위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매우 바람직한 증거입니다.

공공건축물 야간조명 설치시 심의를 거쳐야 하는 조례가 지자체별로 속속 시행되고 있어 빛공해에 대한 인식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출처 : https://gnews.gg.go.kr/news/news_detail.do;jsessionid=320FC632BF5452BAFB36CD9654759768.ajp13?number=201701051608455148C048&s_code=C048)

하지만 일부 지자체, 특히 관광지의 경우 홍보를 위한 무분별한 LED조명 사용으로 빛공해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도 사실이지요.

간혹 빛공해에 대한 인식이 낮은 지자체의 행정도 빛공해에 한몫하고 있지요. 지면에서 하늘방향으로 비추는 투광조명은 최악의 빛공해 요인 중 하나입니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122411208221970)

IDA에서 권장하는 조명의 예시입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그나마 유지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죠. (출처 : 출처 :  https://www.darksky.org/our-work/lighting/lighting-for-citizens/lighting-basics/)

직하부만을 비추도록 만들어진 화성 새솔동의 가로등입니다. 충분한 광량을 제공하면서 하늘방향으로는 거의 빛을 내지 않지요.

은하수를 눈으로 보거나 담기 위해 도시에서 적게는 한 시간 이상, 많게는 서너 시간을 달려 도착한 장소는 마땅히히 어두움이 보호받고 보존해야 할 장소입니다. 간혹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어두운 밤하늘에 대한 깊은 인식 없이 개입하게 되면  공무원으로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관광객의 안전과 접근성 확보 및 홍보를 위해 가로등과 LED 전광판이 설치되는 순간 어두운 밤하늘 보존이라는 가치는 땅에 떨어져 짓밟히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차박 및 캠핑인이 하나 둘 들어와서 고휘도 LED 조명과 외장 알전구를 켜는 순간 이미 가면 안 되는, 돌이키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빛공해 장소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가평군 공식 블로그(출처 : https://blog.naver.com/ecopiagp/221978000098) 에 올라와 있는 화악터널 쌈지공원 소개 사진입니다. 대체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밤하늘 관련 인식은 차박과 캠핑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포인트인 나무 아래 켜놓은 녹색 조명이 모자라 은하수를 향해 고휘도 조명을 비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출처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887)

일부 사진인은 멋지고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심심하고 어두운 지면에 조명을 밝히고 심지어는 하늘의 은하수 중심부를 향해 강력한 고휘도 조명을 켜기도 합니다. (모 산골 도로변 관측지를 차지한 사진인의 ‘쥐불놀이’ 사건은 이미 유명하지요.) 이는 IDA까지 갈 것도 없는 명백한 빛공해 유발에 해당됩니다. 그것도 공공의 이익이나 치안과는 무관한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인위적인 빛공해지요. 이는 천문인에게 나쁘고 사진인에게는 ‘작품사진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 또는 '창의적인 라이팅 연출'같은 변명은 끼어들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두운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자동차의 전조등조차 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한 후 신속히 불필요한 잡광을 차단하고 최소한의 안전과 식별을 위해 눈의 암적응을 유지할 수 있는 붉은색 전등만을 사용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자연 그대로의 어두운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캠핑인이 고휘도 LED 전등과 전방위 확산등을 켜는 순간 천체관측자의 암적응은 순식간에 파괴됩니다.

눈의 암적응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물의 식별이 가능한 붉은색 저휘도 전등이 최소한의 빛공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https://itchy-feet-travels.com/reviews/media/media-reviews/lifestyle-movie-shows-reviews-copy/environmental-movies/film-review-saving-the-dark/)

천체사진 촬영기기의 조명부를 검정색 테이프로 막는 노력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어두운 밤하늘 보존을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IDA에서 인증한 한국의 유일한 Dark sky place 인 ‘양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입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양양의 사례를 배우고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며 관측지 공개의견을 피력하시는 분들과 천문인이 찾는 어둡고 붐비지 않는 장소를 찾고자 별하늘지기 카페를 수시로 둘러보는 적지 않은 사진인이나 캠핑인이 있습니다. 그분들 입장에서 어두움 유지를 위한 당부와 부탁의 언행이 주제넘거나 고깝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식의 차이에 대한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면 생산적인 결론도출은 어렵기에 이 글을 계기로 이제 막 입문하는 천문인이나 사진인과 캠핑인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빛공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합의의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빛공해가 사라질수록 얼마나 환상적인 밤하늘이 펼쳐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영상 하나 남겨드립니다. 

 

https://youtu.be/HHLnnXgDUgc

 

기존에 제가 작성했던 글들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https://astroimage.tistory.com/72

 

https://astroimage.tistory.com/77

 

https://astroimage.tistory.com/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