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3 말머리성운 - Horsehead Nebula

1월 둘째 주말, 반가운 맑은 그믐을 맞아 관측지로 달려보았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몸이 변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지만 밤하늘을 눈과 사진으로 담으러 가는 설렘에 운전하며 졸리거나 장비를 설치하며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해가 질무렵의 온도는 영하 5도로 그렇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지에는 비가 내렸던 주중에 해발고도 750m의 강원도 산지는 눈이 소복이 덮여있었습니다. 사방으로 트여있어 볕이 잘 드는 명당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쌓인 눈이 신발의 발목을 적시기 충분했지요. 겨울용 방한화로 갈아 신고 주변을 살펴보니 배고픈 야생동물이 다녀간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야외에서 음식물을 취식할 경우 냄새를 맡은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네 발 짐승이 눈밭을 달린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어두워지고 '무엇을 담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잡아본 버나드목록 33번 : B33 말머리성운입니다. 화면에서 가장 밝은 별은 겉보기 등급 1.7의 삼중성인 '알니탁(Alnitak)'입니다. 청색 초거성인 절대등급 -6.0의 주별(Aa)과 -3.9의 동행별(Ab), 별도의 절대등급 -3.9의 별(B)이 중력으로 묶여 발산하는 강렬한 에너지는 바로 밑에 위치한 NGC2024 불꽃성운을 이온화시키고 있지요. 30,000K에 육박하는 세 개의 강력한 에너지가 불태우는 걸 넘어 성운을 산산조각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강한 알니탁의 빛은 망원경의 내부를 비추며 주경 그림자를 드리웠고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스파이더 난반사를 더욱 부각하여 일체형 통 스파이더 구입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알니탁 : '너가 이래도 번들 스파이더로 나를 찍겠다고? 후후후' 

 

Windy 바람예보가 2m/s로 되어있어 어느 정도 바람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자주, 또 주기적으로 불어 흔들리는 컷이 많아졌습니다. 촬영 화면을 쳐다본다고 바람이 잦아드는 건 아니었기에 잠시 깨끗한 공기를 폐에 가득 담고 의자에 기대앉아 한참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릴 적 꿈꾸던 2024년은 달나라 여행이 자유롭고 태양계 밖 외계 항성계로 탐험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였는데 현실은 엊그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최초의 민간 달탐사선 뉴스가  생각나더군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탄호이저 관문(Tannhäuser Gate)'의 불타는 전투함은 볼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지금은 상상조차 못 했던 우주발견이나 탐험소식이 나올 수 있겠거니 생각해 보았습니다.

IC434의 붉은 전리수소영역 일부를 차단하는 암흑성운의 모습이 영락없는 말머리의 모습입니다.

 

촬영 일시 : 24.01.13 19:20 ~ 22:49
촬영 장소 : 강원도 영월군
망원경 : Skywatcher 150P (6inch F5 reflector, fl=750mm)
보정렌즈 : Bean's optics F4/5 Coma corrector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4 / QHY5 mono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AP(OSC)
필터 : Optolong UV/IR Cut Filter (2inch)
촬영 노출: 200s x 32EA (1hr 46mn), Gain 100, Offset 230, 외기온도 : -9도 센서온도 : -20도
소프트웨어 : N.I.N.A촬영, DSS스택, Photoshop보정 (No dark, flat & b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