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성운 - Orion Nebula
설 연휴 마지막날, 그나마 밤하늘이 열린다는 예보에 강원도로 차를 몰았습니다. 자정 무렵부터 낮은 구름이 있다는 Windy(https://www.windy.com/)의 경고가 있었지만 새로 설치한 일체형 스파이더 테스트 및 꾸역꾸역 만들어본 인공조명 가리개도 시험해 볼 겸 나왔지요. 예보가 맞다면 천문박명 이후 구름이 올 때까지 4시간 반에서 다섯 시간 정도 하늘이 열리는 조건이었습니다. 왕복 여섯 시간이 걸리는 이동시간과 비교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 같지만 구름이 찾아와도 조용한 산지에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행복회로를 가동하며 달려보았습니다.
해발 750m의 강원도 산지는 비교적 따뜻한 평야지대와 달리 언제 녹을지 모르는 무겁고 딱딱한 눈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인제의 자작나무숲을 초토화한 무거운 눈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탈진해서 목숨이 위태로운 야생동물에게 더욱 치명적이라고 하더군요. 기후위기가 점점 현실화됨을 느껴봅니다.
지난 촬영에서 확인한 알니탁(Alnitak)의 지저분한 빛 갈라짐에 적잖이 실망해서 이번에 새롭게 구입한 '일체형 스파이더'를 장착해 보았습니다. CNC가공으로 잘 만들어진 스파이더는 깔끔하고 날카로운 - 이른바 '나이프 에지'(knife edge)의 빛 갈라짐을 보여주리라 기대해 봅니다.
자동차 지붕에 올린 인공조명 가리개입니다. 자석과 나무지휘봉 그리고 트렁크 바닥에 굴러다니던 차량용 햇볕가리개로 대충 만들었는데 조그만 바람에도 쉽게 넘어져서 앞뒤로 지지를 해주니 그나마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차량을 이리저리 움직여 광원이 망원경을 직접 비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리온자리 요타별(ι Ori)인 '하트샤(Hatysa)'를 대상으로 스파이더상 테스트를 해보고자 오리온성운을 담아보았습니다. 화면의 중앙 상단에 보이는 가장 큰 별이죠. 하트샤 위에 일자로 그어진 가로선은 스파이더상이 아닌 인공위성이 120초 - 2분간 지나간 흔적입니다. 오리온성운 부근은 '인공위성의 고속도로'라고 할 만큼 수많은 위성의 단골코스여서 거의 매 컷에 흔적을 남기고는 하죠. DSS(Deep Sky Stacker)의 '시그마 클리핑'으로 처리해야 위성자국을 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촬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잠깐 쉬며 먹고 놀다 지쳐 어느새 꿈까지 꾸는 꿀잠을 자다 시나브로 눈을 떴는데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 이미 찾아와 있더군요. 초저녁 대비 온도가 올라갔다는 건 따뜻한 남쪽나라의 해양 고기압이 차가운 대륙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파고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늘은 이미 모든 방향으로 낮은 구름이 덮여 있었고 가이드별을 놓친 PHD 프로그램은 신경질적으로 노트북 화면을 깜빡이며 '이런 상황에 잠이 오냐!'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촬영된 사진을 보니 이미 자정이 조금 지나면서 구름이 들어오고 있더군요. 퍽이나 정확한 Windy의 예보에 혀를 내두르며 장비를 갈무리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바람의 영향으로 절반 가까운 사진을 쓸 수 없다는 사실에 기가 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갈라진 스파이더상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찾아보았습니다.
https://youtu.be/NhjjqCfUlgc?si=eA_KFdudnDyQagfT
촬영 일시 : 24.02.12 20:49 ~ 02.12 00:02
촬영 장소 : 강원도 영월군
망원경 : Skywatcher 150P(6inch F5 reflector, fl=750mm)
보정렌즈 : Bean's optics F4/5 Coma corrector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4 / QHY5 mono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AP(OSC)
필터 : Optolong UV/IR Cut Filter (2inch)
촬영 노출 : 10s x 20EA (3mn 20s) + 120s x 53EA(1hr 45mn), Gain 100, Offset 230, 외기온도 : -4도 센서온도 : -15도
소프트웨어 : N.I.N.A촬영, DSS스택, Photoshop보정 (No dark, flat & b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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