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가의 가방] 밤하늘 사진관측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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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은 네이버 카페 '별하늘지기'의 '천문가의 가방' 게시용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천문가의 가방’ 참여 의뢰를 받고 잠시 고민하였습니다. 최소 비용에 효율만을 우선으로 한 장비이기에 남들에게 일부러 보여줄 만한 구성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타는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이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 글을 남겨봅니다.
국민학교 3~4학년 무렵 마지막으로 갖고 놀던 변신로봇 장난감을 내려놓을 시기에 용돈과 세뱃돈을 모아 문방구에서 구입한 조잡한 50mm 망원경으로 쳐다본 가장 밝은 별은 그저 빛나는 점일 뿐이었습니다. 달은 조금 더 크게 보였지만 쌍안경보다 상이 흐렸지요. 크레이터와 바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보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시기가 되면 좋은 망원경을 샀으면 하는 생각으로 잠이 들곤 했습니다.
대학 동아리 활동과 휴,복학 전 후 몇 번의 천문 활동으로 관측에 대한 갈망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갈에는 부족하였습니다. 깊고 어두운 하늘의 소형 망원경이 도심 한가운데의 천문 대급 망원경보다 황홀하다는 이유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장소로의 이동수단과 개인 망원경이 필요했습니다. 지방 촌놈이 처음 서울에서 직거래로 구입한 80mm 단초점 아크로매트 굴절망원경과 잡지에서나 보던 유명 천문 매장에서 구입한 플뢰셀 아이피스를 무기 삼아 경위대를 짊어지고 찾은 한적하고 어두운 곳은 대중교통으로는 한계가 분명하지요. 지하철이 사통팔달로 연결된 서울 및 수도권이 아닌 지방 중소도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던 낯선 도시에서 취업 및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며 바쁘게 사는 와중에도 밤하늘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발전소와 제철소, 항만을 헤매다 귀가하여 씻고 그대로 쓰러져 잠이들면 꿈속에 성운, 성단과 은하수가 천연색 칼라로 찬란히 빛나고 있었죠.
‘어 저건 맨눈으로 이렇게 보일 수 없는데… 아 꿈이구나’ 하며 아쉬움에 잠에서 깨면 영락없는 출근시간이였습니다.
커지는 열망에 비해 천체관측에 들일 시간적 여유와 자금이 부족했기에 15년 넘게 즐긴 술과 인간관계와 담배를 끊고 어리지 않은 나이에 이직을 감수하며 중고 적도의와 8인치 반사경통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근근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돈이 모여야만 장비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가성비 위주로만 운영할 수밖에 없었지요. 신가이더(Synguider)를 제외하면 큰 삽질은 피해 갔다고 자평해봅니다. 잡설을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첫 번째. 이동 수단 및 휴식처
https://astroimage.tistory.com/115
자동차가 있다면 관측 수단 하나는 확보한 셈입니다. 달이나 행성같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 대상을 제외하면 수 천만 원짜리 장비가 있어도 도심공원에서 보는 것보다 해발고도가 있고 인공광원이 없는 곳에서 4인치 굴절로 보는 대상이 훨씬 감동적이지요.
사륜 구동을 추천하시는 분이 많지만 SUV로 접근해야만 하는 곳이면 비포장이거나 여름철 도로 유실 및 낙석, 겨울철 눈과 얼음으로 인해 위험한 곳이 많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기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신형 플랫폼 - 출시된 지 1~2년 미만의 차량은 미확인 고질 불량이 없음을 담보하기 어렵기에 신중히 선택해야 하죠.
아무런 관측도구가 없어도 맨눈으로 보는 장엄한 은하수는 언제나 큰 감동입니다. 쌍안경과 간이 의자만 들고 가도 뒷목에 경련이 오기 전까지 충분한 관측이 가능합니다. 자동차가 있다면 말이죠.
두 번째. 사진 관측 도구들
1) 적도의
사진 관측을 위해 준비하는 천문용 관측도구 1순위는 적도의 입니다. 전용으로 제작된 케이스에 EQ6 Pro 적도의와 삼각대 홀더, 망원렌즈 장착용 도브테일 바를 함께 넣고 다닙니다. 중고로 구입해 바로 쓰는 그냥 적도의가 아닌 베어링 교체를 포함한 오버홀(overhaul) 수준의 정비를 마친 적도의죠.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엄격한 자체 검수를 필한 제품과 달리 중화권 제품 상당수가 사용자의 끊임없는 개선과 악화 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구합니다.
https://astroimage.tistory.com/62
2) 망원경 및 카메라
망원경은 십 수년 전부터 가장 저렴한 Triplet ED 망원경으로 알음알음 알려진 Barska Magnus라는 모델입니다.
(출처 : https://www.cloudynights.com/topic/253608-cheapest-ed-apo-yet-barska-magnus/)
3~4년 전부터 해외 모든 마켓에서 거래가 중단된 단종품으로 중국 CDGM에서 제조한 두 개의 FK61 ED 크라운 볼록렌즈와 하나의 H-LaF2 플린트 오목렌즈를 사용했지만 OEM으로 제작한 경통 및 포커서의 빌드는 최악인 제품으로 올바른 활용을 위해 렌즈 분해조립을 포함한 내부 빛샘 방지 조치와 난반사 방지 및 포커서 교체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렌즈 품질도 최근 출시되는 제품에는 미치지 못하여 별상이 썩 좋지 않지만 즐겁게 밤하늘을 담는 도구로 사용 중입니다. EDT 80 이상의 망원경으로 촬영하시는 분이라면 이 제품보다 거의 예외 없이 깨끗하고 선명한 별상을 만든다고 보시면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https://astroimage.tistory.com/57
센트럴 DS에서 작업한 Astro80D 컬러 냉각 개조 DSLR 카메라와 폴 마스터 그리고 ES 범용 플래트너와 렌즈 홀더가 함께 들어있는 가방입니다.
3) 오토 가이더 및 렌즈, 필터
광시야 촬영용 카메라 렌즈 2종과 오토 가이더, 천체사진용 필터가 들어있는 가방입니다. IS(Image Stabilization) 기능이 없는 구형 렌즈 중 포그나 곰팡이 없이 무한대 초점이 잘 나오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해 사용 중입니다. 크롭 바디에 200 F2.8을 물리면 베일이나 코끼리코 성운을 꽉 차게 담을 수 있고 300 F4.0을 장착하면 안드로메다 은하를 보기 좋게 담을 수 있어서 그날 기분에 따라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소니 A 시리즈로 대표되는 풀프레임 미러리스가 기존의 캐논 DSLR을 거의 완벽히 대체하고 있어 캐논 렌즈 중고매물 가성비가 더욱 출중해지고 있죠.
레드캣(RedCat)과 아스카(ASKAR)로 대표되는 소형 광시야 망원경의 시대이지만 초점 조절만 유념하면 그럭저럭 볼만한 사진을 뽑아주기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레드캣 1대 미만의 비용으로 천체사진과 일반 사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EF 마운트 L렌즈 2개를 구입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건 큰 기쁨이지요. 가이드 카메라의 경우 구형 QHY5 모노 모델이지만 초점거리 200mm 가이드 경통과 세트로 10만 원 미만의 가격에 구입해서 만족스럽게 사용 중입니다.
4) 케이블 및 소품보관 박스
세 개의 케이블 및 소품 보관 박스는 아내 찬스를 사용하여 제작한 어깨끈이 달린 천가방에 담아 한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락앤락 통은 음쓰용으로 사용 중이던- 깨진 통 2개를 일주일간 일광소독 후 사용하고 있으며 미니 공구함은 회사 거래처에서 염가에 구입하였지요.
가장 큰 박스에는 작은 박스 2개가 들어 있는데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 소품을 연결해서 자작한 전원분배장치와 유전원 USB 허브가 담겨 있습니다. 강원전자 - 넷메이트 유전원 허브는 영하 25도 미만의 혹한에서도 원형으로 돌돌 말 수 있을 정도의 탄성을 유지하는 제품으로 케이블류는 십 수년 전부터 이 메이커 제품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광고는 아니지만 적극 권해드립니다.
가운데 박스에는 적도의 및 망원경 조정 및 조립에 필요한 거의 모든 공구와 볼트, 전지류 및 시거잭 전원분배 케이블, 적도의 컨트롤러가 담겨있습니다. 드라이버와 육각렌치 (인치 포함)는 비상시 당황하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무엇이든 일단 해볼 수 있으니까요.
가장 위에 있는 소형박스에는 아내가 떠준 핑크 그레이 털모자와 귀마개, 장갑, 적색 등 및 마스크, 레드닷, 삼각대 진동 방지 패드 등이 들어있습니다.
이슬 및 잡광차단용으로 사용 중인 리빙박스에 담은 서피스 스타일의 2 in 1 중국산 윈도 태블릿 PC입니다. 국산 노트북 대비 ⅓ 이하의 가격에 저전력 소모로 혹한의 야간 촬영 시 배터리 조기 소모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비교적 넉넉한 메모리(6G)로 촬영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중에도 방금 촬영한 따끈따끈한 사진의 구도 및 노출 확인용의 간단한 포토샵 작업도 가능해서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하지만 중국산 전자기기는 거의 예외 없이 멀웨어가 깔려 있기에 이를 확실히 제거할 방법이 없다면 구입을 권하기 어렵겠네요.
태블릿과 마우스 및 패드를 담은 백팩은 온라인 마켓에서 구입한 USB 충전 가방으로 배송비 포함 1만 원 내외의 가격표를 달고 있습니다. 일상용으로 3년 이상 사용하고 있지만 봉재선이나 어깨끈 떨어짐 없이 잘만 들고 다니죠. 저가 지퍼의 경우 손잡이를 직접 잡고 사용하면 얼마 못가 떨어지기에 사진과 같은 탄성이 있는 끈을 매달아 사용 중입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가성비’의 꼬리표를 달 수 있죠 :)
세 번째. 전원 및 방한용품
안정적인 전원 공급 및 방한용품은 초보자일수록 소홀히 하기 쉬운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연축전지와 리튬이온을 거쳐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 중입니다.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제작처가 있어 구입했는데 약 6개월 사용 후 셀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신품으로 교체 받았고 이후 2년 넘게 잘 사용중입니다. AS가 용이하고 정품 셀을 사용하며 파워뱅크 자체 제작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적산계가 장착된 올바른 업체의 제품을 구입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미군에서 사용하던 미키마우스 부츠를 방한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려 1987년에 제작된 신발이지만 사진처럼 아직 쌩쌩합니다. 미키마우스와 버니 부츠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https://astroimage.tistory.com/70
마치며
바람과 구름과 노을과 이슬처럼 홀연히 왔다가 덧없이 사라져 버리는 게 모든 인연임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하루살이 같은 사람의 일생에 비해 영원에 가장 가까우면서 맑은 날이면 언제나 누릴 수 있는 시간여행의 짜릿함은 밤하늘을 눈이나 카메라에 담는 모든 이들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글을 줄입니다.
그리고......
천체관측은 맑은 밤하늘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간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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