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망원경을 피하는 방법과 대안
밤하늘 입문 시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오는 반복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달과 행성, 성운 성단을 두루 잘 볼 수 있는 비싸지 않은 망원경을 추천해주세요.’라는 레퍼토리 지요. 이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제로백 6초대에 4인 가족과 자전거 적재가 가능하고 1톤 정도의 짐을 여유롭게 탑재 가능한 비싸지 않은 자동차를 추천해주세요.’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짧은 제로백이 필요하면 스포츠카를 사야 하고 4인 가족과 자전거를 운반하려면 MPV - 미니밴을 구입해야 하며, 1톤의 짐을 여유롭게 실으려면 포터나 봉고를 구입해야죠. 결국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인터넷 게시판 댓글 등을 보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얼떨결에 생각도 못한 제품을 구입하지만 적잖은 망원경이 불용품이 되기 일수입니다. 보고자 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입한 제품에 애정이 깊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아닐까요?
‘그렇다면 온라인 마켓이나 광고에 나온 20~40만 원대 망원경들은 무엇이냐?’ 간단하죠.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잡하고 엉성한 제품들입니다. 이 글은 일천한 지식으로 올렸던 ‘밤하늘 보기 첫걸음-나에게 맞는 망원경은 무엇일까?’라는 글의 외전으로 해외사이트 출처를 인용하였지만 구입하지 말아야 할 물건 - 블랙리스트가 포함된 글입니다.
‘Sky and Telescope’ 잡지의 2019년 12월호의 ‘Hobby Killers : What telescopes NOT to Buy’ 기사를 보면 ‘이런 것으로 보느니 차라리 맨눈관측이 나은 경우가 있다’는 다소 파격적인 글이 있습니다.
어설픈 적도의식 구조에 쓸모없는 호이겐스 아이피스와 바로우 렌즈를 끼워주는 제품이나 구면경을 사용한 이른바 ‘Bird-Jones’ 반사망원경이 이에 해당됩니다. 공통적으로 믿을 수 없이 조잡한 적도의를 사용했거나 뉴턴식 망원경이라 표기하고 Bird-Jones(구면경) 광학계를 장착한 제품이죠. 망원경이 Bird-Jones인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초점 거리를 망원경 튜브의 물리적 길이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초점 거리는 1,000mm 망원경의 물리적 튜브 길이가 500mm 라면 유효 초점 거리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교정용 바로우 렌즈입니다. Bird-Jones 망원경 구분을 위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http://astrowiki.jmhastronomy.com/index.php?title=Bird-Jones_Telescope
또한 자주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 - 지나치게 무겁거나 부피가 큰 제품도 역시 Hobby Killers에 포함됩니다. 자신의 여건에 맞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똘똘하고 신뢰성 있는 망원경을 선택해야 합니다.
러시아의 아마추어 천문인이자 천문 교육서비스 제공 및 관측 서적을 출간하기도 한 ‘Ruslan Ilnitsky’ 가 운영하는 Star Hunter 웹사이트를 보면 ‘Black list of telescope. Bad telescopes not for beginner’ 라는 글이 있습니다. 역시 조악한 빌드, 지나치게 짧은 초점 비의 아크로 메트 굴절, 보정렌즈가 포함된 반사망원경 - Bird-Jones(구면경)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친구가 Meade, Sky-Watcher, Levenhuk 및 Celestron 제품의 딜러라는 사실이죠. 자신이 취급하고 판매하는 제품의 단점을 기록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며 빨간색으로 X 표시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https://star-hunter.ru/en/black-list/
아이에게 하루라도 빨리 별을 보여주고자 하는 부모라면 상황은 더 급박해집니다. 의무감과 기대가 뒤섞인 상태로 지식쇼핑과 인터넷을 검색하여 주문 후 포장박스를 뜯어 거실에 조립하는 순간이 망원경을 구입하고 가장 기쁜 시간이죠. 하지만 베란다에서 달이나 행성만 본다고 해도 달의 위상과 행성의 출몰 시간을 알아야 합니다. 구입 후 원하는 행성을 볼 수 없어 두 어 달 후 중고로 내놓는 분도 있습니다. 행성 시즌이 끝날 무렵 망원경을 구매하신 분들이죠. 1년 중 토성과 목성을 관측할 수 있는 기간이 5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구입한 것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자료수집이 어렵다고 하면 대부분 거짓일 확률이 높지요. 한국 천문연구원 홈페이지의 ‘고객 참여 - 발행물’ 페이지에서 별과 우주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단행본 및 해와 달, 행성 등 천체 출몰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역서’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상태 최상이면서 주행거리가 짧은 저렴한 중고차가 없듯이 모든 걸 다 볼 수 있는 값싼 망원경은 없습니다. 워낙 밝아 상대적으로 광해의 영향이 덜한 행성을 크게 보려면 옥상이나 학교 운동장 혹은 공원에서 긴 초점 비를 갖는 장초점 굴절이나 복합 광학계 망원경을 준비해야 하고 어두운 성운, 성단 및 은하를 보려면 깊고 한산한 관측지로의 장거리 이동수단과 짧은 초점 비의 대구경 반사망원경을 골라야 합니다. 아울러 원만한 관측을 위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부가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며(아이피스+열선+전원+방한장비 外) ‘간단한’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면 거의 지금까지 망원경에 투입한 자금만큼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죠. (카메라+개조+필터+추적장비 外) 도심지에서 촬영하는 행성의 동영상 촬영도 그렇지만 딥 스카이 촬영을 원한다면 어둡고 외진 곳을 찾아다니는 시간 및 부대비용과 아울러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 심야시간을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의지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아직 망원경을 구입하지 않은 분이라면 2020년 10월 현재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천문대가 운영이 제한된 이 시기에 사전지식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가까운 시일에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면 지역 과학관이나 천문대 혹은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관측회 참석을 권합니다. 굴절, 반사, 복합 광학계의 경통이나 경위대 및 적도의, 돕소니안 등 을 직접 보고 느낀 후에 돈을 투자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동안 쌍안경으로 밤하늘 탐색을 추천합니다. 7~10배 정도의 50mm 구경 이상의 제품이면 조잡한 망원경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고 올바른 밤하늘 탐색이 가능합니다.
쌍안경 천체관측의 좋은 구성예입니다. 이 정도면 대부분 입문자들이 생각하는 40~50만 원대로도 충분히 가능하거나 더 저렴하죠.
오늘도 수많은 분들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유사 망원경’을 검색하고 구입합니다. 적어도 이 글을 접하신 분이라면 어설픈 망원경 풀세트를 구입할 자금으로 올바른 쌍안경 장비를 구성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즐거운 별 생활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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