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크레티앙 망원경(Ritchey-Chrétien telescope) 길들이기
은하시즌인 봄이면 찾아오는 장초점 망원경에 대한 갈망은 천체사진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초점거리 500mm 내외의 3~4인치 굴절망원경을 운영하시는 분들 중 일부는 아예 봄시즌을 과감하게 생략하시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제한된 적도의 탑재용량에 네 자릿수 초점거리를 갖는 굴절이나 반사망원경을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초점거리 대비 경통길이가 짧은 복합광학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RC라고 불리는 리치-크레티앙 망원경(Ritchey-Chrétien telescope, RCT, 이하 RC)은 1910년 두 개의 쌍곡선 반사경을 사용하는 구성으로 고안된 후 1927년에 첫 망원경이 제작된 비교적 최신식 광학 시스템입니다. 구면이나 포물면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광학계 대비 적은 수차와 고배율을 얻기 쉬운 장점으로 20세기 중반 이후에 건립된 대부분의 미터급 천문대 망원경은 RC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개발초기에는 정밀한 쌍곡선의 가공난이도 문제로 일부 고급사용자의 주문제작 망원경으로 공급되어 대중적인 접근이 어려운 형식의 망원경이었으나 20세기말 유리 성형 및 가공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천문애호가 수준으로도 충분히 구입가능한 가격대로 제품이 생산되어 보급되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GSO 6인치 RC가 대표적인 보급형 입문기입니다. 2024년 해외 온라인 마켓기준 549달러, 약 75만 원의 가격으로 판매 중인 제품이지요.
중고로 구입한 망원경은 판매자분께서 약 일 년여간 사용하시면서 외장 시트지 작업 및 CCD47이라는 별도 리듀서와 카메라 회전장치, 블랙 디럭스 듀얼포커서 교체까지 되어있는 제품이어서 구입을 미룰 이유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망원경 기본구성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부 도브테일 작업도 되어있었지요. 별도 구입 시 40~50만 원의 추가지출이 필요한 필수 액세서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제품을 놓치고 싶지 않아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가 들고 왔습니다.
집에 들어와 망원경 외관을 깨끗하게 닦아준 후 제일 먼저 접안부를 보니 CCD47 리듀서와 회전장치를 일체형으로 구성해 놓으셨더군요. 또한 안시관측을 위한 번들 포커서도 같이 받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접안부를 확인하다 CCD47 리듀서 표면에 얼룩이 몇 개 보여 확인해 보니 오일스팟과 굵은 먼지가 보여 조심스럽게 회전장치를 분해한 후 살펴보니 윤활유가 과하게 도포되어 있고 점성이 약해 흘러내릴 수 있겠다 싶더군요. 리듀서 표면은 렌즈펜과 센서클리너로 조심스럽게 닦아내고 회전장치의 윤활유 제거한 후 항상 믿고 쓰는 ‘슈퍼루브’ 테프론 구리스를 잘 펴서 발라주었습니다. 슈퍼루브는 영하 43도부터 영상 232도까지 작동을 보장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딱딱해지지 않고 여름에도 흘러내리지 않아 좋습니다.
초점거리 1,377mm의 망원경이면 비축가이드를 고민할 수 있지만 비축과는 인연이 없기에 별도의 가이드스코프를 장착할 자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상단 중앙이 잘 어울릴 것 같아 갖고 있던 도브테일 홀더를 도브테일 구멍에 맞춰보니 마치 제 짝처럼 딱 맞더군요. 갖고 있던 볼트 보관함에 있던 고장력 렌치볼트와 평와셔 및 잠금너트를 사용하여 조립해 보니 경통과 1mm의 여유를 갖고 꼭 맞게 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적도의에 올려서 테스트해 보니 무게중심 이슈가 있어 중심부는 포기하고 전면부로 35mm 이동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주경 및 카메라 위치상 무게가 대부분 후면에 몰려있기 때문에 심미적인 균형보다 기능적인 밸런스가 천체사진 촬영을 위한 안정적인 가이드에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반사 및 복합망원경의 필수품인 후드를 준비해 봅니다. 판매자분께서 만드신 자작후드가 있었지만 너무 크고 무거워 처짐이 발생하는 관계로 최대한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후드의 길이는 경통 직경의 1.5배 내외가 가장 좋은 것 같더군요. 6인치 - 150mm에 어울리는 후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전장은 270mm로 하고 경통 고정부를 제외한 실질적인 후드길이는 220mm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래 링크는 자작을 위한 용품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것으로 저와는 어떠한 경제적 , 물질적 지원 및 주고받음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접착식 벨벳 식모지
https://smartstore.naver.com/night_maker/products/6506592233
후드의 재질은 1t 무발포 PE 평판을 사용하였습니다. 저렴하고 가벼우면서 습기에 강해 후드로는 제격인 제품입니다. 단점으로는 내부가 빛을 매우 잘 반사하는 유광재질이기 때문에 난반사 방지처리가 필수라는 점인데 역시 저렴하게 판매 중인 접착식 벨벳 식모지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PE판과 식모지까지 20,000원 이내의 비용으로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지요.
망원경 외부길이를 적당히 가늠한 다음 접착할 부분을 제외하고 식모지를 미리 붙여줍니다. 그런 다음 접착부 안팎으로 종이테이프를 바른 후 순간접착제를 사용해서 붙여주면 웬만해서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게 접착이 가능합니다. 이음부는 페인트마카 도색이나 검은색 마스킹테이프를 사용하면 깔끔하지요. 여기에 망원경 요철에 맞게 칼로 모양을 만들어주면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가볍고 유연한 후드가 완성되죠.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후드 제작법 중 하나로 적극 추천합니다.
망원경 케이스는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만 원 미만의 알리발 대형 천가방과 베란다에 있던 두꺼운 종이박스 및 창고에 있던 발포매트 등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물건으로 만들었죠. 대형 사이즈 실리카겔 두세 개 던져 넣고 지퍼를 잘 닫아주면 여름 장마철 습기로 인한 곰팡이나 겨울철 과냉각에 의한 결로 걱정도 거의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대망의 주경청소를 위해 망원경을 열기 전 위치 확인을 위한 마킹을 실시합니다. 가급적 처음 조립된 상태 그대로 재조립하기 위함이죠. M90 나사산으로 조립된 포커서를 먼저 분리하고 주경 고정나사와 도브테일 홀더 고정나사를 모두 제거한 후 조심스럽게 본체를 들어 올리면 쉽게 분해할 수 있습니다.
주경을 분해하고 싶지 않아 조립된 그대로 세척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복합광학계의 주경고정나사는 공장에서 조립 시 비교적 일정한 토크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토크가 부족할 경우 주경이 덜렁거리며 움직이고 토크가 과할 경우 '미러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토크가 얼마인지 모르는 경우 가급적 만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득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약하게 조여져 있습니다.)
구입 시에서도 알고 있던 주경에 붙어 있는 검은 점의 정체는 앞서 CCD47에서 보았던 오일스팟이었습니다. 기름 한 방울이 주경에 앉은 모양이네요. 그밖에 물리적인 스크레치는 전혀 없이 습기를 머금은 먼지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DSLR시절부터 약 십몇 년 동안 믿고 사용한 CCD 센서클리너와 전용액으로 미러를 세척해 보았습니다. 물리적인 이물이 있을 경우 스크래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접촉 전 모든 이물을 에어 블로워와 전동 송풍기로 날려버린 후 조심스럽게 청소해야 하죠. 센서클리너 사용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면 세척액 흔적을 지우기 위해 무한반복 브러싱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경험자가 아니면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차라리 자이스의 렌즈 청소용 티슈를 누르지 말고 스치듯이 닦는 방법이 좋을 수 있지요. 청소 후에는 잔존얼룩이나 물기(알코올)가 남지 않도록 확인을 거듭한 후 사용하지 않은 새 안경천이나 안과용 순면 부직포 등으로 표면의 이물을 조심스럽게 제거한 후 남아있는 먼지를 에어블로워로 싹 불고 마무리해 주면 됩니다.
광축확인을 위해 레이저 콜리메이터를 연결해서 반사광 위치를 확인합니다. RC 망원경 구조상 반사망원경과 달리 센터마크가 '부경'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레이저가 부경 가운데 위치한 센터마크에 올바로 도입되도록 주경의 무두렌치볼트를 '먼저' 조정해야 합니다. 센터마크 레이저 도입이 확인되면 비로소 부경 전면에 위치한 3개의 무두렌치볼트를 4mm 렌치를 사용해서 레이저 콜리메이터 표시판 가운데 위치하도록 조정하면 되지요. 6인치 RC의 경우 협소한 내부공간의 문제로 부경 중심을 한 번에 보기 쉽지 않아 약간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전지식 없이 밤에 관측지에서 했다가는 당황하기 딱 좋겠더군요.
하지만 이론과 실전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기에 관측지에서 레이저 콜리메이터를 사용한 광축정렬 후 초점을 흐리게 하여 테스트컷을 촬영해 보니 중심축에서 조금 벗어난 모습이었습니다. 기존 사용자분들이 'RC는 현장에서 별상을 보며 광축을 맞춰야 하는 망원경'이라고 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지요. 사경에 120도씩 위치한 3개의 렌치볼트를 방향을 정해 하나는 풀고 나머지 두 개는 조이는 방식으로 초점이 어긋난 별상이 최대한 원이 되게끔 조정하여 광축정렬을 실시하였습니다.
GSO의 6인치 RC망원경은 촬영용으로는 너무 큰 F9의 초점비를 갖고 있습니다. 단순계산으로도 F8은 F5.6 대비 2.5배의 시간을 더 촬영해야 같은 노출을 얻을 수 있죠. RC전용 리듀서는 Astro-Physics의 CCDT67 및 이를 모방한 TS-Optics의 CCD47 이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Backspace-Telescompressor to Sensor, 이하 백포커스 85mm에서 x0.67배의 초점거리 감소기능을 하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결과 백포커스 70mm, x0.72~0.73배에서 최적의 별상을 갖는다고 하더군요. 고민할 필요 없이 백포커스 70mm를 맞추기 위해 구성을 꾸며봅니다.
사용하는 냉각 카메라의 백포커스는 55mm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70을 위해 M48-15mm 연장통을 구입해서 70mm의 백포커스를 확보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경통뚜껑과 접안부 마개 안쪽에 적당한 실리카겔을 붙여주어 경통 내부의 습기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이상으로 간단한 RC망원경 영입 및 길들이기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전 사용자께서 상부 도브테일과 리듀서 및 별도 포커서 교체작업까지 실시한 상태여서 비교적 간단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RC 광학계 운영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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