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보기 첫걸음 - 4. 혹한의 겨울 밤하늘 준비하기
사계절 온 하늘을 통틀어 가장 많은 1 등성이 빛나는 하늘은 겨울 하늘입니다. 프로키온과 시리우스 베텔게우스가 만드는 환상적인 겨울철 삼각형을 둘째로 놓더라고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오리온 벨트 - 삼태성과 북반구 성단 1등인 플레이아데스와 성운 1등인 오리온 대성운이 찬란히 자태를 뽐내는 하늘이 겨울 하늘입니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확장하여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별보기에 더없이 좋은 하늘은 수많은 관측자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밤하늘을 올바로 보기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11월부터 2월까지 구름이 없는 강한 대륙고기압이 크게 확장하는 날은 열에 둘셋은 전날보다 기온이 10도 이상 내려가는 한파주의보 발령이거나 그에 준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뜨끈한 호빵과 어묵국물에 속을 달래며 귀가를 재촉하는 상황에 탁 트인 야외에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두툼한 옷을 챙겨나오지만 겨울철 칼바람은 옷깃을 파고듭니다. 방한의 가장 기본은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은 옷 여려 벌을 겹쳐 입는 것입니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관측 도중 차안에서 바람을 피할 때에 온기가 느껴질 정도의 준비를 해야 추위가 관측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키복 같은 상하의 일체형 옷이 투피스보다 방한 능력이 뛰어나지만 가려움 발생 및 용변 상황 시 애로사항이 상당하기 때문에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두꺼운 옷으로 인해 가려운 부분을 긁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최근 널리 쓰이는 배터리를 이용한 발열조끼류는 장시간 관측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머니 안의 배터리가 저온으로 인한 성능저하로 두세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꺼지는 순간 한기가 느껴지더군요. 차라리 얇은 셔츠 한 두벌 추가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상하의 및 마스크 등은 스키나 겨울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과 상당부분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스포츠용품 판매점이나 낚시 도매점에서 몸에 맞는 용품을 구비하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바지는 속옷은 물론 추리닝에 일반 바지와 작업복 솜바지까지 껴입으면 영하 15도 정도는 문제없이 견딜 수 있겠더군요. 영하 10도 정도에 찬바람이 불면 큰 사이즈 솜바지를 하나 더 껴입는데 바람이 없을 경우 영하 20도까지 그럭저럭 버티는 게 가능했습니다. 고가의 스키복 및 극지방 탐사복이 많이 나와있지만 가성비면에서 이만한 게 없더군요.
돌출부는 모두 감싸줘야 합니다. 손을 보호하는 장갑과 귀 전체 및 얼굴을 감싸는 방한마스크, 머리를 감싸는 방한모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스키나 겨울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과 상당 부분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포츠용품 판매점에서 몸에 맞는 용품을 구비하시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바람이 불 때 바람이 느껴지는 부분을 - 눈을 제외하면 모두 막는다고 생각하고 방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한기를 느끼는 부분은 발입니다. 차갑게 냉각된 지면과 상시접촉하여 냉기가 파고들면 참기 어려운 고통이 몰려올 수 있습니다. 발가락이 떨어질 것 같다고 흔히 이야기 합니다. 임시로 핫팩을 발등에 붙여보지만 붙인 부분과 조금만 멀어져도 따가울 정도로 한기가 느껴지고 설상가상 핫팩 접촉부의 국지적인 땀으로 불쾌함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겨울 관측지에서 먼저 철수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다른 곳은 견딜만한데 발 시린 건 못 참겠다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일반 출퇴근용 신발에 겨울용 양말 한 두 켤레만 신고 나왔다면 십중팔구 이런 경우입니다.
옷가지와 달리 방한화에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껴입을 수도 없는 구조이다 보니 바닥의 냉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기능성 신발이 필요하죠. 아울러 발목을 보호하면서 바지와 밀착되어 찬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폐구조의 진짜 방한화가 필요합니다.
이른바 극저온 부츠로 바닥의 냉기가 발바닥과 정말 격리되어야 하기에 웬만한 키높이 깔창 두께의 몇 겹으로 된 보호재가 둘러싸고 있는 신발입니다. 상부는 복숭아뼈를 넉넉히 덮을 만큼 올라와 있고 바지 하단부를 잘 잡아줄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겨울철 두꺼운 양말을 2개 정도 장착하고 신어야 하기에 사이즈는 최소 한 치수 정도 - 볼이 넓은 분들은 두 치수 정도 여유 있게 구비하시면 됩니다.
'히말라야나 극지방 갈 것도 아닌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하실 분이 계실 것입니다. 중요한 건 겨울밤 시 린발을 피하려면 이 정도 준비가 필수라는 사실입니다. 경험입니다 ㅠㅠ
겨울철 밤의 야외활동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합니다. 마시려고 사온 우유나 물이 차 안에서 얼어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급랭으로 삼각대부터 카메라까지 눈꽃이 피는 경우도 생깁니다. 안시 관측 시 손과 얼굴을 접안부에 대고 보다가 냉각된 경통에 일시적으로 붙어버리는 무서운(!!!) 일도 발생할 수 있죠.
방한화의 경우 겨울 양말 두 켤레에 한치수 정도 크게 신어야 한다는 것 기억하면서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구미권 신발 조견표를 기록하며 줄입니다.
8R (260~265), 9R(265~270), 10R(275~280), 11R(280~285), 12R(28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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