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사진 입문 - 이미지스케일(I.S) 이야기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제품에 대한 사양이나 외형, 기능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행동은 모든 소비생활의 기본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외관이나 가격에 맞춰 구입할 경우 사양에 맞지 않거나 기능이 부족해서 교환이나 추가 구성을 필요로 한다면 현명하지 못한 소비가 되어버리겠죠. 이야기는 2년 여 전 천체사진을 위한 가이드 장비 준비 시 알게 된 이미지 스케일(Image Scale, 이하 IS) 계산식을 통해 장비에 따른 알맞은 가이드 스코프 및 CCD의 구성을 정리하기 위한 글입니다. 알아서 손해 볼 것 없는 도움이 될만한 것으로 한 번쯤 음미해 볼만한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경통 및 카메라에 따라 가이드스코프 사양이 달라진다는 걸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가 검색을 해보니 아래 글을 찾게 되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skyguide/51659
첫 번째 링크는 가이드 스코프와 오토 가이더 선택을 위한 좋은 입문 글이고 두 번째 링크는 FWHM과 언더와 오버샘플링의 개념 및 Nyquist 정리에 대한 글입니다. 이 글에서 제 눈에 바로 들어온 것은 것은
Image Scale, IS (arcsec/pixel) = 206 x Pixel size(µm) / Focal Length, FL(mm) 공식이었습니다.
힌트를 얻었으니 다시 검색을 시작합니다. 픽셀 사이즈가 크면 노이즈와 감도에서 유리하지만 작은 공간에 큰 픽셀 사이즈라면 저화소에 따른 디테일이 크게 저하된다부터 꼭 저기에 맞출 필요 없이 몇 배 정도는 여유가 있다는 등 어차피 도심 인근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주경 초점거리의 1/10 이상이면 괜찮다 등의 몇몇 국내외 글들을 보고 공통되는 사항을 끄집어내 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1. 촬영 시스템 이미지 스케일의 ½ 이내에서만 움직인다면 별은 원형으로 찍힘
2. 대부분의 가이드 프로그램은 0.1 pixel 단위로 별의 위치판독 및 수정이 가능
이론적인 장황한 설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오니 바로 실례로 들어가 봅니다. 진지하게 천체사진에 입문하려는 K 씨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보죠.
딥 스카이 천체사진 촬영에 입문하는 K 씨는 적잖은 고민 끝에 EDT80과 x0.8배 리듀서 그리고 필터 개조된 EOS 650D(EOS M과 동일한 CCD를 가진 제품입니다.) 유선 리모컨을 준비하였습니다. 가이드 시스템 구성을 위한 이미지 스케일 공식에 대입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CCD의 픽셀 사이즈와 경통의 초점거리(Focal Length, FL)를 알아야 합니다. EDT80은 80mm F6의 경통이므로 초점거리는 480mm, 여기에 촬영용 x0.8배 리듀서를 장착하면 초점거리는384mm입니다. EOS 650D의 픽셀 사이즈는 캐논코리아 CI 홈페이지에는 절때 나오지 않고 https://www.digicamdb.com/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4.29 µm이네요.
촬영 시스템 Focal Length, FL = 384mm
촬영 카메라의 pixel : 4.29 µm
=> 206 x 4.29µm / 384mm= 2.30 arcsec/pixel
계산해보면 K 씨가 마련한 촬영 시스템의 이미지 스케일은 2.30입니다. 보통 2.3”(초)로 표시하더군요. 여기에 1번 사항을 적용해 봅니다. 이미지 스케일의 ½ 이내에서 움직이면 별은 원형을 유지한다고 하네요. 2.3”의 1/2은 1.15”입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가이드 시스템이 1.15” 이내의 정밀도를 가져야 원형의 흘러 보이지 않는 별을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10이나 1.13은 괜찮지만 1.17이나 1.20은 별이 흐른다는 것이죠.
K 씨는 발매된지는 좀 되었지만 저렴한 Qhy5 L-II CCD를 중고로 구입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픽셀 사이즈가 3.75 µm인 1/3인치 센서를 장착한 제품입니다. 이제 구입한 가이드 CCD를 장착할 가이드 경통을 구해야 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30mm F4.3 미니 가이드스코프와 50mm F4 가이드경통 그리고 60mm F4 제품이 보입니다. 각각 초점거리 130mm, 200mm 그리고 240mm의 제품입니다. 어느 것을 선택해야 알맞을까요?
(정리하면 촬영용 카메라 : 4.29 µm, 가이드 CCD : 3.75 µm, 촬영용 경통 FL : 384mm, 필요한 IS=1.15”입니다.)
공식을 적용하면 FL(mm) = 206 x Pixel size(µm) / Image Scale (arcsec/pixel)입니다. 206 x 3.75 µm / 1.15 = 671mm 지만 여기에 2번 항목을 적용하면 픽셀의 0.1 즉 1/10배까지 작아도 감지가 가능하므로 671/10 = 67mm 이상의 초점거리를 갖는 가이드 스코프를 사용하면 됩니다. 즉 시중에 나와있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이 사용 가능한 셈이죠. K 씨는 작고 가벼워 무게 부담이 없는 30mm F4.3(FL=130mm) 미니 가이드 스코프를 구입하였습니다.
한창 흥미롭게 촬영하던 K 씨는 어느 날 M51 부자 은하를 찍다 경통의 한계를 절감하고 과감하게 GSO RC8을 영입합니다. 하지만 테스트 중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별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임부분을 전부 확인하고 무게중심도 다시 잡고 극축도 맞춰보고 의심되는 모든 부분을 확인 후 바람이 없는 날 다시 촬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달아 몇 번의 밤을 허탕 친 K 씨는 무척 당황스럽고 짜증이 장마철 먹구름처럼 몰려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GSO RC8 은 8인치 F8의 경통으로 초점거리가 1,600mm 인 제품입니다. IS는 0.55”로 ½ 인 0.276”이내의 정밀도를 갖는 새로운 가이드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죠. 앞서 준비한 30mm F4.3 미니가이드 스코프의 IS 는 5.94”로 1/10인 0.59”로는 열심히 가이드를 해도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인치만 표시된 줄자로는 센티미터를 올바로 측정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 RC8에 맞는 가이드스코프의 초점거리는 얼마일까요? 계산해보면 FL=2,798.9의 1/10 인 280mm 이상의 초점거리를 갖는 가이드 스코프가 필요합니다. 300mm 카메라 렌즈나 300~400mm의 굴절 경통이 필요한 상황인데 반사 및 복합 광학계의 초점거리 네 자릿수 급이면 실용적인 Qhy5 대신 더 어두운 별을 잡을 수 있는 ASI174나 Lodstar X2 같은 고가의 가이드 CCD로의 교체나 아예 ‘비축 가이드’라는 새로운 가이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고가 가이더-> 비축 가이드 -> 튼튼한 접안부 필요 -> GSO 포커서? -> 포커서 교체!'라는 적지 않은 지출을 확실히 보장하는 테크트리를 타야 한다는 것은 마음 편히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장고 끝에 K 씨는 크고 무거운 RC8은 장터로 보내고 대신 카메라를 바꿉니다. 비냉각 DSLR EOS 650D 대신 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작고 괜찮은 Asi183 mc를 구입하죠. 바꾼 냉각 CCD 카메라는 가이드에 문제가 없을까 고민입니다. K 씨에게 답을 알려주기 위해 계산을 해봅니다. Asi183 mc 카메라의 픽셀은 2.4 µm입니다. EDT80과 x0.8 리듀서와 조합한 IS는 1.28로 변하였고 ½ 인 0.64” 이내로 가이드 시스템이 움직여줘야 합니다. 갖고 있는 30mm F4.3 미니 가이드 스코프와 가이드 CCD의 IS는 5.94입니다. 1/10배를 적용하면 0.59로 K 씨는 조건에 부합하는 가이드 시스템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20년 전 천문 대급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보다 오히려 최근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아마추어 천체 사진가의 디테일이 훨씬 뛰어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였고 평범한 일반인에게도 접근이 가능한 가격대까지 내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 후면 이 글도 천체사진에 거의 쓸모없는 - ‘그땐 그랬다네’ 수준의 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숫자 조합을 추위로 인해 경직된 손과 머리를 풀 겸 간단히 계산해보았습니다. 대략적인 개념을 하나하나 구체화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줄입니다.
복습도 할 겸 문제 나갑니다.
Q. 사진의 400mm Short tube와 Starshoot Autoguider(5.2 µm)가 올바르게 가이드를 수행하려면 Celestron 8Se(FL=2,032)에 장착하는 촬영 카메라의 픽셀 사이즈는 얼마 이하여야 할까요? :)
A. 가이드 시스템의 IS = 2.678의 1/10 인 0.26”을 커버할 수 있는 촬영용 카메라를 붙여야 합니다. 공식을 뒤집어 Pixel = (IS x FL) / 206에 숫자를 넣어보면 (0.26x2,032) / 206 = 2.56 µm 이하의 크기를 갖는 CCD를 장착해야 올바른 가이드가 가능합니다.
2.4 µm의 Asi183 mc는 가능하지만 4.29 µm의 EOS 650D는 분명히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다란 픽셀이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긴 초점거리(고배율)의 가이드 스코프가 필요합니다. SBIG ST-4 같은 20세기 말 가이드 CCD 같은 경우 13.75 x 16.0 미크론의 크고 아름다운 픽셀 사이즈를 갖는 제품은 Asi183 mc 대비 7배 에 육박하는 장초점 스코프가 필요합니다. 위의 로드리게스의 과거 장비 사진을 보면 거의 경통 초점거리에 육박하는 스코프를 가이드용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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