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양을 표현하는 방법 (oktas!?)
국민학교 여름방학 일기장의 날씨칸에는 '맑음'과 '흐림' 그리고 '비' 세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처음 삼 사일 정도는 매일 기록을 했지만 나머지 이 십 여일은 전부 희미한 기억으로 추정해서 기록한 날씨였죠. 한국의 군인황제시절 국립천문대 건립을 위해 과학자들이 추천한 장소의 날씨를 조사하던 정부 행정관은 인근 군부대를 찾아 초병의 경계근무일지를 펼쳐봅니다. ‘맑음. 맑음. 맑음. 흠. 비 온날 몇 일 빼고 흐림없이 전부 맑음이군 좋아!’ 72년 5월, 소백산 천문대의 입지는 이렇게 확정되었습니다. 기상위성은 물론 마땅한 관측장비도 없었던 - 먹고 사는 문제가 첫째였던 그 시절의 주먹구구식 입지선정의 결과 배정일수 대비 실관측일수를 뜻하는 관측효율이 30%가 채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변조건과 현황분석을 통해 입지가 결정된 보현산 천문대가 60%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맑았던 밤하늘에 구름이 몰려옵니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자동차를 몰아 도착한 적막한 그곳에 장비를 펼쳤건만 야속한 하늘은 예보와는 다른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메테오 블루 (https://www.meteoblue.com) 나 클리어 아웃사이드(https://clearoutside.com/forecast) 에서는 분명 새벽까지는 괜찮다고 했는데 말이죠. 최첨단 위성사진을 손 안에서 볼 수 있는 SF영화내용이 현실이 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예보가 시간단위로 떨어지는 건 아직 조금 무리겠구나 생각해보며 하늘을 보니
01:30까지는 Clear 였는데 02:00 경 1 okta에서 03:00 현재 Overcast 상황입니다.
기상학에서 구름의 하늘을 덮은 정도(Cloud Cover)를 Oktas(옥타스) 로 표현합니다. 청명한 티없는 하늘의 Clear 부터 두터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태양의 위치조차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8 oktas 까지 0~8 옥타스로 나눠 구분하고 있죠. 가로지르는 칼 질 네 번으로 동일하게 나눈 케이크 처럼 하늘을 8등분하여 몇 분의 몇 정도 되겠구나 싶은 구름의 양을 표시합니다.
0(제로)는 말 그대로 청명 그 자체 입니다. 잔잔한 호수같은 티없는 하늘이죠. 원형 동그라미 기호로 표시합니다.
1 okta는 ⅛ 이하의 구름량을 보일때 사용합니다. 주로 원거리에서 접근하는 구름이 관측되는 경우로 한국의 경우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쪽에서 동쪽으로 대기가 이동하는 관계로 서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구름이 많습니다. 2~6 oktas 는 각각 2/8 에서 6/8의 운량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목측으로 관측원이 대강의 운량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촘촘한 기상레이더와 위성의 활약으로 대부분의 관측기록이 자동으로 - 거의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7 oktas 는 구름크기가 하늘의 ⅞ 이상을 덮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가리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8 oktas 는 조금의 여백도 없는 완전한 차단을 뜻합니다. 100%를 의미하죠. 가끔 Overcast 라는 표현과 종종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는데 Overcast는 하늘의 95%이상을 가리는 조건을 의미합니다.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일~ 주 단위로 검은색과 흰색의 구분이 모호한 어두운 하늘이 지속될때 이런 표현을 사용하더군요.
한국의 구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경기도나 충남 및 호남 서해안 관측자가 하늘을 보고 강원도나 충북, 경상도 지방 관측자에게 실시간 예보가 가능한 상황이란 이야기죠. 예시의 글처럼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이라면 제법 속도가 있는 움직임이므로 직사각형에 가까운 좁은 한국의 가로폭을 지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을 꿈꾸는 밤하늘 관찰자의 소망이 특히 공휴일이나 주말이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이죠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여름 소나기 (0) | 2021.08.18 |
---|---|
21년 4월 관측지 풍경 (0) | 2021.04.22 |
북극성을 기다리며 - Waiting for Polar star (0) | 2020.04.28 |
미키마우스와 버니부츠 이야기 (0) | 2019.10.23 |
도와주지 않는 하늘 (0) | 2019.09.16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21년 4월 관측지 풍경
21년 4월 관측지 풍경
2021.04.22 -
북극성을 기다리며 - Waiting for Polar star
북극성을 기다리며 - Waiting for Polar star
2020.04.28 -
미키마우스와 버니부츠 이야기
미키마우스와 버니부츠 이야기
2019.10.23 -
도와주지 않는 하늘
도와주지 않는 하늘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