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잠금장치 이야기

대문 앞의 택배나 카페 테이블의 노트북과 달리 자전거는 도난의 위협에 가장 빈번히 노출되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 곳곳에 설치된 방범용 CCTV와 높은 범인 검거율에도 불구하고 목표로 점 찍힌 자전거는 손쉽게 자취를 감춰버리죠. 자전거 동호회 게시판에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말 중 하나가 ‘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전거는 네 것이 아니다.’ 일 정도면 그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게끔 합니다.

자전거 잠금의 기본원칙은 프레임과 구조물 및 바퀴부분을 함께 시건하여 둘 이상의 장치를 해제하여야만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출처 : 인터넷

운동이나 출퇴근 혹은 여가를 위해 큰 마음먹고 구입한 자전거를 잃어버린다면 누구라도 웃으며 넘길 수 없을 것입니다. 도난에 대한 걱정으로 잠금장치를 알아보지만 아쉽게도 현존하는 대부분의 휴대용 시건장치는 핸드캐리가 가능한 휴대용 충전식 전동기구로 절단이 가능합니다. 단지 1초 컷이냐 1분 컷 혹은 5분 이상의 문제일 뿐이지요.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도난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휴대용 잠금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잠금장치가 쓸모없는 제품이냐면 그렇지 않은 게 자전거 잠금장치의 목적은 도둑에게 범행을 위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절도를 시도하기에 곤란한 상황을 조성하여 지금 이 시간, 이 위치의 내 자전거보다는 좀 더 여유 있고 느슨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위치한 자전거를 노리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196885

자전거 잠금 장치 순식간에 ‘싹둑’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백 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고정부가 아닌 바퀴와 프레임만 1초 컷 잠금장치로 묶어 두는 행동은 ‘내 자전거는 공공의 자산이니 먼저 보신 분이 알아서 가져가세요.’라는 무소유의 실천과 같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성인이 아닌 중고생도 저 자전거는 기백만원짜리 라는걸 손쉽게 알 수 있거든요. 허술한 잠금장치를 하고 있는 고가의 자전거는 이미 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요?

2인 1조 절도범의 전형적인 모습. 한 명이 망을보는 사이 나머지 한 명이 자전거 잠금장치를 확인중입니다. 출처 : www.clien.net

1. 자전거 경보기

 

자전거를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심리적 압박감 부여와 절도를 시도하기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첫 번째 방법은 큰 소리 및 경광등이 발생되는 경보기의 설치입니다. 물리적 접촉 감지 시 100 데시벨이 넘는 전자음을 최대 30초간 울려주고 후미등을 겸한 빨간색 경광등이 깜빡이는 상황은 도둑이 가장 꺼려하는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을 조성함과 동시에 당황함을 넘어 ‘일단 자리를 피하고 보자’는 무의식이 작용하여 도난사고 예방에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BmvXlF_Io#action=share

출처 : https://usefulldata.com/antusi-a6/

싯포스트와 레일사이의 공간이 없다면 뒤집어 장착하여도 무방합니다.

생활방수 기능이 있고 평상시에는 후미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보기는 대단히 실용적입니다. 구입한 모델은 4in1 A6 모델인데 최신형의 경우 발광부가 원형으로 되어있다는 것 외에 기능적인 면은 큰 차이가 없어서 가격대를 보고 선택하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참고로 저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월 말에 18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구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만능은 아니기에 인적이 드문 외진 지역이나 시끄러운 도로변의 경우 소리가 묻힐 수 있어 심리적인 압박감을 넘는 물리적 잠금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QR레버 잠금장치

 

QR레버가 적용된 휠과 안장은 이미 남의 것이 되었습니다. 출처 : http://www.earlyadopter.co.kr/90784

QR(Quick Release) 레버는 자전거 안장에 먼저 적용되고 근래에는 자전거 휠 체결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터치 잠금, 해제가 가능하여 안장 높이 조절 및 휠 정비 시 손쉬운 조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도난에는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절도를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꼬인 심보로 안장이나 휠을 절취하는 사례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도 없이 많이 또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QR 잠금장치는 이미 널리 보급된 실용적인 제품이 있습니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ZEFAL 社 의 ‘lock n roll’ 이라는 제품이 그것이죠. 

ZEFAL 제팔 락앤롤 도난방지 QR 레버는 자물쇠 그림을 상부로 하여 체결이 되면 풀기 위해 제품을 90도 이상의 각도로 들어 올려야만 레버가 열리는 구조입니다. 직접 들어보니 체감상 100도 이상은 되어야 열리는 듯하더군요. 자전거의 프레임이 구조물에 묶여있는 상태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열리지 않아 안장과 휠을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한 제품입니다.

 

3. 프레임 및 휠 시건장치

 

드디어 본격적인 잠금장치가 소개됩니다. 프레임에 묶어 체결하는 용도로 관절락이라는 제품이 십 여년 전부터 유행했는데 사진의 온가드 락 8166 K9 은 그 정점에 있다고 해도 무방한 제품입니다. 절단 시도시 전동공구로 최소한 3~5분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동공구 사용이 제한된 좀도둑의 1차 예방 효과가 주목적이지요.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onguard

온가드 락 8066 케이블 락 제품은 손바닥에 충분히 들어올 만큼 작지만 스프링 케이블을 잡아당기면 1M의 길이를 확보해주는 제품입니다. 경보기 ON 상태에서 프레임과 고정 구조물을 묶어 짧은 화장실이나 손 씻기 혹은 편의점에서의 생수 구입 등의 시간은 충분히 대응 가능한 제품입니다.  단독 사용 시에는 자전거가 눈에 보이는 곳에 있거나 1분 미만의 짧은 시간 벌기용 (타고 도주하지 못하게 하는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하여야 합니다. 수동 절단공구로도 손쉽게 절단이 가능하고 프레임에 묶었을 경우 자전거를 힘으로 당기면 벌어지거나 끊어질 수 있는 정도이므로 이를 유념하고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을 위해 8166과 조합해서 사용할 경우 8166을 프레임에 묶고 8066은 프레임과 뒷바퀴에 엮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금장치는 어디까지나 시간벌기용임을 감안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4. 저렴한 잠금장치

 

생활 자전차용으로 거의 항시 자전거 곁에 있어 도난 걱정이 없거나 크지 않다면 무조건 비싸고 무거운 것은 오히려 짐이 될 것입니다. 견물생심 정도가 우려되어 잠금장치를 구입할 경우 생활용품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보면 저렴하고 실용적인 품목이 많습니다.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저렴하게 구입가능한 제품들. U락으로 프레임을 걸고 와이어락으로 휠과 본체를 묶어서 사용하면 좋습니다.

1만원 대의 직경 10mm 이상 체인락 제품도 시간을 벌어주는 괜찮은 제품입니다. 단, 다이얼 회전식보다는 열쇠식을 추천합니다.

자전거 안장부를 구겨진 비닐봉지로 묶어 놓으면 심리적으로 고가의 자전거와 거리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요즘 급속히 늘어나는 전기자전거의 경우 배터리와 모터 전원 케이블에 이물질이나 물이 들어가는 것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마음먹고 화물차량에 절단공구 싣고 다니는 차량은 막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은 이런 분실사건이 기업형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더군요. 심야시간대나 인적이 드문 곳에 정차된 자전거는 이미 남의 물건이라는 생각으로 잠금장치는 어디까지나 좀도둑 접근 방지용임을 인식하고 만능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관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야외에 1시간 이상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다면 : Not your Cycle!!!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되짚으며 글을 줄입니다.

 

 

번외. 피해야 할 잠금장치

 

양쪽으로 당겨서 해제하는 숫자 맞춤식 다이얼 잠금장치는 대부분 자전거 구입 시 판매점에서 증정용으로 지급되는 제품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잠금장치는 이미 인터넷과 유튜브에 푸는 법이 충분히 공유된 제품이지요. 숙련자의 경우 편의점에 들어가서 물 하나 사고 나오는 시간에 충분히 해체 가능하다고 할 정도이고 비숙련자의 경우도 2~3회 연습만으로 1분 내외에 충분히 풀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해당 제품 사용자분이 계시다면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다른 제품을 구해 장착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쯤 되면 먼저 푸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당신 것이 아니죠. 출처 :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