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1 안드로메다 은하 - Andromeda Galaxy
생업에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밤은 항상 아쉽기만 합니다. 달이라도 휘영청 밝은 보름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 년에 네댓 번 정도 찾아오는 그믐 무렵의 맑은 평일밤은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쉬움은 초조함으로 바뀌고, 초조할수록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평소 하던 업무마저 혼란해질 낌새가 보여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10월 20일 금요일 밤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이틀 연속 좋은 날은 드물다’는 경험칙이 무색할 만큼 10월 21일 토요일 하늘은 청명했습니다. 전날부터 간헐적으로 불던 바람도 잠잠해져 천체사진촬영에는 오히려 더 좋은 날이었지요.
2023년 10월 4일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성운’에 위치한 세페이드 변광성 거리측정으로 그동안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는 인식의 틀을 깨고 우리 은하 밖의 천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여 인류의 시공간 개념을 대폭적으로 확장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을 추석 명절 연휴의 피로감으로 보내버린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고 전날의 흐트러짐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자 잠깐 놓았던 개념을 찾기 위해 조금 늦었지만 10월 21일 토요일 밤, 안드로메다‘은하’를 담아보았습니다.
추분이 지나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가는 10월 말의 하늘은 충분히 빨리 어두워지고 늦게 해가 떠오릅니다. ‘하지’ 무렵의 말도 안 되게 빠른 천문박명 시간은 잊어버리고 초저녁부터 동이 틀 때까지 담아본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은 언제 와 같이 찬란하고 거대했습니다. 간혹 ‘안드로메다 은하’와 ‘오리온 대성운’이 지겹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듣고는 합니다. ‘진정한 천문인이 맞나?’ 속으로 생각하죠. 예쁘고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에게 ‘당신을 너무 많이, 오랜 시간 봐서 지겹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연기와 꾸준한 자기 관리로 관객이나 시청자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스타’처럼, 가을과 겨울 밤하늘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오리온 대성운’은 그만큼 반갑고 소중한 천체입니다.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지름 15만 광년의 거대한 안드로메다 은하는 ‘조’ 단위의 항성을 품고 우리 은하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키가 15미터 인 ‘거인’이 250미터 앞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과 비슷하죠. 그렇다고 지금 바로 공습경보를 울릴 필요가 없는 이유는 약 40억 년 후에 최초의 충돌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충돌이 진행되는 동안 ‘스타 버스트(Star burst)’라는 폭발적인 별 생성으로 수많은 별이 빈틈없이 빽빽하게 분포하는 거대한 하나의 타원은하가 될 예정이지요. 타원은하로의 합체가 완료되는 ‘밀코메다(Milkomeda)’의 시기를 대략 60~70억 년 후로 보고 있습니다.
10월 중순, 해발 740미터 산지의 습도는 해가지면서 빠르게 올라갔지만 0도에 가까운 낮은 온도의 영향으로 고지대는 물론 저지대에도 복사안개는 거의 형성되지 않더군요. 맑고 깨끗한 별은 지치고 메마른 일상의 찌든 얼룩을 닦아주었고 적막한 산의 차가운 밤공기는 온몸의 감각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침에는 오랜만에 마을의 전경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한참을 서서 맑은 공기를 심호흡해 보았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맑은 아침 공기는 인적이 드문 산지에서 새벽까지 천체관측이나 천체사진을 즐긴 천문인에게 주어진 특권과도 같은 선물이죠. 2023년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천체사진을 담을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지 생각하며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꾸리고 철수하였습니다.
촬영 일시 : 23.10.21 19:12 ~ 10.22 05:20
촬영 장소 : 강원도 영월군
망원경 : Askar 65 PHQ (65mm f6.4 Quintuplet refractor, fl=416mm)
보정렌즈 : x0.75 Reducer (f4.8, fl=312mm)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4 / QHY5 mono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PA(OSC)
필터 : Antlia ALP-T 5nm Dual filter(Ha, OIII), Optolong UV/IR Cut filter
촬영 노출 : 9hr 4mn 20s (Gain100, Offset 850, 외기온도 : -1도 센서온도 : -15도)
1. Antlia ALP-T 5nm Dual filter(Ha, OIII) : 300s x 50EA(4hr 10mn)
2. Optolong UV/IR Cut filter : 220s x 80EA(4hr 54mn 20s)
소프트웨어 : N.I.N.A촬영, DSS스택, Photoshop보정 (No Dark, flat & B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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