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3 삼각형자리 은하 - Triangulum Galaxy

11월의 첫 번째 월령을 맞아 평일임에도 천체사진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늦더위가 가신 산골의 냉기는 옷깃을 여미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20도 내외였던 기온이 산골 마을에 진입하기 무섭게 한자릿수로 떨어지는걸 온몸으로 느끼며 잠시 차를 세우고 체온유지를 위해 옷을 입어야 할 정도였지요.

잠시 차를 세운 장소에서 마주한 벽화가 친근합니다.

88 서울올림픽 시절, 국민학교의 사회과부도에는 사과의 주산지가 '대구'라고 배웠는데 전북 장수를 거쳐 충북 충주를 지나 지금은 강원도 최북단인 양구에서도 사과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기후변화를 실감합니다. 기후변화론은 환경학자들의 음모일 뿐이라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소식과 오버랩되어 앞으로 내 자식과 또 그 자식들이 사는 대한민국은 어떨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우울한 기분을 떨치며 관측지로 향하였습니다.

빠르게 어두워진 관측지에서 장비를 펼치려 하니 거센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칩니다.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시상이 안 좋은 건 충분히 예상했는데 바람이 이 정도로 거칠 줄은 미처 몰랐지요. 해발 900m 협곡의 특성상 해가 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500ml 생수병이 바람에 넘어질 정도의 돌풍이 사정없이 몰아쳐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졌습니다. 초점확인용 3초 단노출컷조차 흔들리는 걸 보고 모든 걸 멈추고 차에 들어가 앉아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오후 10시 무렵까지 바람은 멈출 기미가 없었습니다. 업무를 급하게 끝내고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왔지만 사진을 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몰려왔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정신줄을 붙잡고 바람과 바람 사이에 구도를 잡고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자동차 안에 마련한 별도의 파워뱅크에 물린 12V 온열매트에 모포를 덮고 마스크와 후드를 눌러쓰고 꿀잠을 자다 휴대전화 알람에 깨니 창밖은 벌써 천문박명을 훌쩍 지나고 있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침구를 정리하고 차문을 열고 나오니 바람은 거의 잦아들었지만 얼음 같은 찬기운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를 외치며 PHD 가이드 프로그램을 닫고 NINA의 '플랫 마법사'를 눌러 플랫을 촬영하며 주변을 정리하였습니다. 오전에 반차를 사용해서 약간의 여유는 있지만 길이 막히기 전에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밝아오는 하늘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능선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해봅니다. 좋은 관측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맑고 깨끗한 공기를 온몸으로 마시며 기지개를 켜면 사진의 결과에 상관없이 그래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침햇살은 언제나 상쾌하고 싱그럽습니다.

영하 3도의 완연한 초겨울 날씨입니다.

내려오면서 마주한 단풍은 가을의 절정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거친 시상과 불안한 바람 및 약간 어긋난 초점이 함께한 M33 입니다.

촬영 일시 : 24.11.06 22:24 ~ 11.07 03:30
촬영 장소 :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망원경 : Skywatcher 150P (6inch F5 reflector, fl=750mm)
보정렌즈 : Bean's optics F4/5 Coma corrector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3.8 / ZWO ASI120 mm Mini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PA(OSC), 외기온도 : -2도 센서온도 : -20도
필터 : Player One Anti-Halo UV/IR Cut filter (2inch)
촬영 노출: 150s x 76EA (3hr 16mn), Dark 25EA, Flat 25EA, Flat Dark 15EA, Gain100, Offset 850
소프트웨어 : NINA촬영, DSS스택, Photoshop보정

필터 : Player One Anti-Halo UV/IR 차단 필터 (2i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