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 Soul Nebula - 하트와 영혼성운
답답하고 분노를 참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에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고자 천체사진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는 '대설' 무렵 한국의 밤하늘은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시상이 좋지 않지만 밤시간이 길어지고 온도가 급감하여 인공조명이 필수인 일반인의 야외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반가운 시즌'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관측지에 가기 전, 가장 가까운 편의점과 공용화장실을 꼭 들리고는 합니다. 편의점에서는 겨울밤을 함께한 간단한 먹거리를 챙기고 점주의 양해를 구한 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지요. 한겨울 깊은 밤시간에 한기가 느껴질 때 마시는 따뜻한 물 한잔은 몸을 녹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공용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모두 해결한 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관측지로 향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천체사진을 떠나는 전날이나 당일에는 맵거나 짠 음식 - 자극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고단백 위주의 저염, 저자극 식단은 화장실 사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거리 군용기 파일럿이나 고소작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노하우지요.
춥고 혹독한 겨울 강원도 산지에서의 천체사진장비 구성은 최대한 단순해야 합니다. 새로 구입한 장비테스트 같이 손에 익숙하지 않은 장비는 피해야 하죠. 다른 계절대비 더 빨리 어두워지고 특히 산지의 경우 도심지나 평야지대와 달리 훨씬 먼저 해가 저물기 시작할뿐더러 분 단위로 떨어지는 온도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에게 테스트차 빌린 새 망원경으로 촬영을 시도하기 위해 장비를 설치해 보았습니다. 관측지에서 장비 트러블로 어떠한 응급조치가 불가능한, 손쓸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검토 및 시뮬레이션이 필수입니다.
윌리엄옵틱스의 레드켓 51은 2019년 출시한 소형 페츠발 촬영용 망원경입니다. 초점거리 250mm에 구경 51mm로 망원경보다는 카메라 렌즈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죠. 결정적으로 포커스링이 카메라 렌즈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대신 조리개링을 제거하여 최대개방으로만 촬영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제품이죠. 뛰어난 가성비로 현재까지 다양한 개선품이 출시되어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망원경입니다.
천체사진 촬영을 위해 찾은 장소는 해발 643m의 산지에 천문박명시간은 18:43부터 05:56분입니다. 11시간이 조금 넘는 촬영시간이 확보되죠. 7말 8초의 휴가철에 비하면 4시간 이상 밤하늘을 맞이할 수 있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한파임에도 겨울 밤하늘을 결코 놓칠 수 없는 이유죠.
장비를 펼치고 온도계를 보니 벌써 영하 8도입니다. 겨울철 야외활동 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는 추워지기 전에 옷을 껴입는 것입니다. 노출되기 쉬운 얼굴과 손은 물론 껴입기 어려운 신발류는 미리 방한화를 준비해야 하죠. 바람이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 있을 때 신체의 어느 부위에도 한기가 느껴지지 않아야 정상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합니다.
밤 10시가 넘어 '메리디안 플립'(meridian flip)이라고 하는 '자오선 뒤집기' 후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예전에는 멀리 나온 뽕을 뽑기 위해 대상의 '자오선 뒤집기' 시간이 임박하면 다른 대상을 찾아 담고는 했는데 요즘은 한 대상을 오랜 시간 넉넉히 담는 게 유행이지요. 장비의 발달에 의한 천체사진의 급속한 질적향상으로 사진을 보는 대중의 눈높이가 대폭상승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메시에 대상을 적당히 담아도 '우와! 이거 어떻게 찍은 거예요?'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는 뜻이죠.
시리도록 깊고 푸른 밤하늘을 눈과 망원경으로 충분히 즐긴 후 장비를 철수하고 온도를 보니 영하 13.5도입니다. 다행히 바람이 없어 살을 파고드는 추위는 아니었음에 감사하며 뒷정리 후 자리를 파하였습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밤하늘을 다년간 관측하신 분들도 IC1848(Sh2-199)를 '태아성운'이라고 부르거나 기록하고는 하는데 '태아성운'(Fetus Nebula)는 1787년 윌리엄 허셜이 백조자리에서 발견한 NGC7008 성운으로 Soul Nebula와는 전혀 다른 대상입니다. 명백히 잘못된 혼용(混用)이기 때문에 꼭 바로잡았으면 합니다. 다른 수많은 오류는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천문연구원'(https://www.kasi.re.kr/) 조차 15년 넘게 오기입(誤記入) 되어있는 걸 보니 많이 아쉽더군요. 조속한 수정을 기대해 봅니다.
촬영 일시 : 24.12.06 18:57 ~ 12.07 04:50
촬영 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망원경 : William Optics RedCat 51 (fl=250mm)
보정렌즈 : 없음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3.8 / ZWO ASI120 mm Mini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PA(OSC), 외기온도 : -10도 센서온도 : -20도
필터 : Optolong L-Quad Enhance Filter (2inch)
촬영 노출: 300s x 107EA (8hr 55mn), Dark 없음, Flat 25EA, Flat Dark 15EA, Gain100, Offset 230
소프트웨어 : NINA촬영, DSS스택, Photoshop보정
P.S. 새로 구입한 Optolong의 L-Quad Enhance 필터는 협대역보다는 광대역에 가까운 필터 같습니다. 이전에 출시된 L-Pro 필터의 상위호환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네요. 비슷한 Antlia의 Quad band Anti-light pollution 필터가 좀 더 협대역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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