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머리 성운 주변부 - Around the Horsehead Nebula in Orion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수도권에 흩날린 눈발로 24년 천체사진 촬영은 더 이상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금요일 저녁부터 점점 좋아지는 기상예보를 보고 가만히 있기 힘들어 주말 천체사진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눈 덮힌 산간오지 어느 구석에 장비를 펼쳐보았습니다.

수도권에는 약한 눈발이 날렸지만 강원도 산간지방은 4~5cm에 가까운 적지 않은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얼음을 갈아 만든 것 같은 매우 딱딱하고 뭉쳐지지 않는 건조한 눈이더군요. 마을 진입로까지는 제설이 되어있었지만 천체사진 장비를 펼칠 수 있는 가로등이 없고 민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에는 눈이 그대로 덮여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접근해야 했습니다.

 

밤에 야외에서 먹을것을 꺼내놓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차에서 내려 장비를 펼치자마자 깊게 숨을 들이켜 깨끗한 공기를 폐에 가득 채웁니다. 영하의 찬 공기가 몸속을 돌면 영혼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도심지 주변의 적당한 곳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맑음과 청량함이죠. 관측지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제법 시끄럽게 울던 산새들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수록 하나 둘 조용해지기 시작하며 어둠이 가까워옴을 느낍니다. 배고픈 야생동물이 남긴 발자국을 바라보며 겨울의 긴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출발부터 상쾌한 겨울 산지의 온도입니다.

겨울철 산지에서는 눈을 치우고 장비를 펼쳐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천체사진 촬영구성입니다. 혹독한 겨울에는 손에 가장 익숙한 장비를 펼쳐야 몸도 마음도 편안합니다.

산능선이 붉게 타오르면 지저귀던 새들도 하나 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차량 블랙박스나 실내등은 미리 OFF로 해놓아야 배터리 방전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말머리성운을 촬영중입니다.

예보와 달리 바람도 거의 없어 가이드그래프도 상당히 안정적이였습니다.

영하 15도의 상쾌한 밤입니다.

서해안 남쪽지역은 눈이 내리는 날이었지만 다행히 관측지의 하늘상태는 아주 좋았습니다. 휴대전화를 보다 바로 북극성을 바라봐도 작은 곰자리 별 일곱 개가 그대로 보일 정도였죠. 잠시 눈을 감고 하늘을 바라보면 안드로메다 은하와 이중성단 정도는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는 하늘이었습니다. 초저녁부터 영하 8도로 시작한 온도는 새벽까지 영하 15도 내외에서 더 내려가지 않아 큰 걱정 없이 오랜만에 맨눈관측을 원 없이 즐긴 밤이었습니다. 목성과 화성의 존재가 온전한 밤하늘을 즐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정도였지요. 

 

세 시간 조금 넘게 차에서 꿀잠을 자다 스산한 한기에 눈을 뜨며 차밖으로 나오니 별을 놓친 PHD가 노트북 화면을 깜빡이고 있더군요. 어느새 서쪽 산으로 숨어버린 오리온에 갈길을 잃은 망원경은 산능선을 찍고 있었습니다. 시퀀스를 멈추고 NINA의 플랫마법사를 실행하여 플랫 프레임을 촬영합니다. 광원만 망원경에 올려놓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플랫과 다크플랫을 촬영해 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합니다.

망원경 후드위에 플랫패널을 올려서 플랫 프레임을 촬영중입니다.

몇 장 찍을지 컷수만 입력하면 알아서 노출을 결정하여 플랫과 다크플랫을 촬영해주죠.

플랫 촬영을 마치고도 시간이 오전 5시가 채 되지 않아 내친김에 다크촬영까지 해봅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다크촬영을 마치고 장비를 갈무리하다 보니 동쪽 하늘이 별빛을 잃어가더군요. 전날 초저녁에 본 베가와 조우할 수 있는 겨울아침을 맞아 올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심호흡을 반복하여 깨끗한 공기를 폐에 가득 채우고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철수하기 전 온도는 영하 16.3도에 습도는 68%였습니다.

 

 

오리온성운과 함께 가장 유명한 성운 중 하나인 바너드 33번, 말머리성운은 IC434 앞에 우연히 말머리 모양으로 생성된 암흑성운입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아주 우연히 말머리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죠. 지구의 구름이 몇 초 또는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형상을 잃고 평범한 구름으로 돌아가듯이 말머리성운도 조만간 특유의 형상을 잃고 평범한 암흑성운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아주 긴, 수 만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요.

 

오리온 벨트의 삼태성 중 가장 왼쪽에 있는 다중성계인 알니탁(Alnitak)의 막강한 자외선은 NGC2024를 산산조각 내어 이온화시키고 있습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성운' 주변으로 마치 캠프파이어에 모여 불멍을 즐기는 것처럼 IC431과 432 및 NGC2023과 IC435 같은 반사성운이 둘러앉아 있지요. 

 

촬영 일시 : 24.12.28 19:57 ~ 12.29 03:24
촬영 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망원경 : Askar 65PHQ (65mm f6.4 Quintuplet refractor, fl=416mm)
보정렌즈 : x0.75 Reducer (f4.8, fl=312mm)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3.8 / ZWO ASI120 mm Mini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PA(OSC), 외기온도 : -15도 센서온도 : -20도
필터 : Optolong L-Quad Enhance Filter (2inch)
촬영 노출: 180s x 129EA (6hr 27mn), Dark 25EA, Flat 25EA, Flat Dark 15EA, Gain100, Offset 230
소프트웨어 : NINA촬영, DSS스택, Photoshop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