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ophotography Life - 천체사진

답답하고 분노를 참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에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고자 천체사진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는 '대설' 무렵 한국의 밤하늘은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시상이 좋지 않지만 밤시간이 길어지고 온도가 급감하여 인공조명이 필수인 일반인의 야외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반가운 시즌'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관측지에 가기 전, 가장 가까운 편의점과 공용화장실을 꼭 들리고는 합니다. 편의점에서는 겨울밤을 함께한 간단한 먹거리를 챙기고 점주의 양해를 구한 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지요. 한겨울 깊은 밤시간에 한기가 느껴질 때 마시는 따뜻한 물 한잔은 몸을 녹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공용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모두 해결한 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관측지로 향해야..

11월의 첫 번째 월령을 맞아 평일임에도 천체사진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늦더위가 가신 산골의 냉기는 옷깃을 여미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20도 내외였던 기온이 산골 마을에 진입하기 무섭게 한자릿수로 떨어지는걸 온몸으로 느끼며 잠시 차를 세우고 체온유지를 위해 옷을 입어야 할 정도였지요.88 서울올림픽 시절, 국민학교의 사회과부도에는 사과의 주산지가 '대구'라고 배웠는데 전북 장수를 거쳐 충북 충주를 지나 지금은 강원도 최북단인 양구에서도 사과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기후변화를 실감합니다. 기후변화론은 환경학자들의 음모일 뿐이라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소식과 오버랩되어 앞으로 내 자식과 또 그 자식들이 사는 대한민국은 어떨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우울한 기분을 떨치며 관측지로 향하였습..

가을을 대표하는 천체인 안드로메다 은하를 담아보았습니다. 보유한 망원경 중 가장 작은 망원경인 구경 65mm 굴절망원경으로 담아보았지요. 9월 하순부터 10월 상순 무렵, 초저녁부터 촬영을 시작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연속으로 촬영이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에 게으른 저의 취향에 딱 맞아 매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자오선을 지나는 00시 21분(10월 4일 기준)이 지나면 '메리디안 플립'(Meridian Flip)을 실시해야 합니다.)관측지에 도착하면 어플 두 개를 실행하여 촬영조건을 확인합니다. 'Gps status'라는 앱으로 해발고도를 확인하고 'Ephemeris'라는 앱으로 천문박명시간을 확인합니다. 가끔 휴대전화 나침반이 엉터리라고 투덜거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하늘이 보이는 장소에서 'Gps sta..

관측지 탐방을 위해 밥 먹는 시간과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인 몇십 분을 제외하고 만 이틀을 꼬박 운전한 끝에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장소를 찾아 여장을 풀어보았습니다. 낮은 구름은 물안개처럼 자욱했지만 대기 상층부의 시상은 퍽이나 좋았지요. 뜨거운 고기압이 덮은 여름철 한반도의 상층 대기는 매우 안정적이거든요. 다만 달궈진 지표면과 닿은 하층대기의 물안개는 결국 자정이 되어서야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전 교체한 6인치 포물면 주경 성능 테스트 및 관측지 하늘상태도 확인할 겸 비지땀을 흘리며 장비를 설치하였습니다.8월 첫째 주말 기준 자정이 넘은 시각은 은하수도 기울기 시작하고 전갈자리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궁수자리도 서쪽으로 기우는 하늘이었습니다. 천정을 보다 문득 한 번도 담아본 적이..

초여름 새벽에 머리 위로 높이 올라온 여름철 대삼각형을 풀프레임 개조카메라와 20mm의 조합으로 담아보았습니다. 광활한 우리 은하의 안쪽 단면인 여름철 은하수가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곳은 거문고자리와 백조자리 그리고 독수리자리가 있는 곳입니다.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일년에 단 하루인 칠월 칠석날만 만남이 허락된 견우와 직녀, 그리고 그들을 위해 다리를 만들어준 까마귀와 까치의 오작교 이야기는 애틋하지만 헤어짐의 원인이 결혼생활로 인한 업무태만의 징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별보기도 좋지만 역시 먹고사는 현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교훈을 얻게 됩니다.  Camera : Sony A7R3 (Astro Modified)Lens : Sony FE 20 1.8 G (F2.8)Filter : Kenko PRO..

모처럼 맑은 주말예보에 강원도 관측지로 달려보았습니다. 꽃놀이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행락객의 차량으로 가득했던 4월 둘째 주말은 낮기온이 25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로 반팔옷에 차량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였습니다. 불과 2~3주 전만 해도 꽃샘추위에 겨울점퍼를 입었던 것이 생각나 계절이 바뀜을 실감했네요. 계절이 바뀌면서 천체사진 촬영이 가능한 밤시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습니다. 8시간이 조금 안 되는 '천문학적'인 밤시간으로 장비트러블 없이 부지런히 담을 준비를 해야 하고 뜨거운 낮시간에 달궈진 경통을 식히기 위해 부지런히 팬을 돌려야 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010ZM5Rk7WE?si=hJa5kAaEVg26q3YL 북극성을 기다리며 담아본 관측지 풍경입니다. 천문박명..

3월의 첫 그믐을 맞아 담아본 '큰개자리' 입니다. 오리온을 따라다니는 큰개자리는 모든 밤하늘 중 가장 밝은 별인 마이너스 1.5 등성의 시리우스를 품고 있는 별자리지요. 겨울의 남쪽하늘에서 행성을 제외하면 가장 밝게 보이는 외계항성입니다. Camera : Sony Camera : Sony A7s (LPF2 Removed) Lens : Sony FE 55 1.8 ZA Filter : Kenko PRO1D PROSOFTON Clear(w) Mount : Ioptron SkyGuider pro with William optics Wedge + Manfrotto 055 Tripod Exposure : F4, 60s 1장, ISO400 Location : 강원도 영월군

설 연휴 마지막날, 그나마 밤하늘이 열린다는 예보에 강원도로 차를 몰았습니다. 자정 무렵부터 낮은 구름이 있다는 Windy(https://www.windy.com/)의 경고가 있었지만 새로 설치한 일체형 스파이더 테스트 및 꾸역꾸역 만들어본 인공조명 가리개도 시험해 볼 겸 나왔지요. 예보가 맞다면 천문박명 이후 구름이 올 때까지 4시간 반에서 다섯 시간 정도 하늘이 열리는 조건이었습니다. 왕복 여섯 시간이 걸리는 이동시간과 비교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 같지만 구름이 찾아와도 조용한 산지에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행복회로를 가동하며 달려보았습니다. 해발 750m의 강원도 산지는 비교적 따뜻한 평야지대와 달리 언제 녹을지 모르는 무겁고 딱딱한 눈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인제의 자작나무숲..

새로 영입한 필터 마지막 테스트로 기존에 UV/IR Cut 필터로 촬영하였던 안드로메다 사진에 Antli Quad Band Anti-Light Pollution Filter로 촬영한 이미지를 합쳐 스택 해보았습니다. 그럭저럭 볼만한 이미지가 나온 것 같아 대체적으로 만족입니다. 협대역과 광대역 사이의 중대역 촬영용으로 Quad 필터사용 방향을 대략이나마 알게 된 듯합니다. 촬영 일시 : 23.10.22 / 24.01.07 촬영 장소 : 강원도 영월군, 인제군 망원경 : Askar 65 PHQ (65mm f6.4 Quintuplet refractor, fl=416mm) 보정렌즈 : x0.75 Reducer (f4.8, fl=312mm)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모든 하늘에서 가장 볼품없는 별자리 중 하나인 사냥개자리에 위치한 M106 정상나선은하와 친구들입니다. 사진의 영역은 처녀자리 초은하단 內 사냥개자리 II 은하군 영역의 일부입니다. 이 구역은 왼쪽의 M106과 오른쪽의 NGC4217을 중심으로 자잘한 은하들도 좋지만 특히 오른쪽 하단의 선명한 별빛이 건빵의 별사탕처럼 풍미를 더해주는 영역이지요. 촬영 장소 : 강원도 인제군 망원경 : Skywatcher 150P (6inch F5 reflector, fl=750mm) 보정렌즈 : Bean's optics F4/5 Coma corrector 가대 : Skywatcher HEQ5 Pro 가이드경/가이드 카메라 : 50mm F4 / QHY5 mono 카메라 : Touptek ATR3 CMOS26000 KAP(..

1월 둘째 주말, 반가운 맑은 그믐을 맞아 관측지로 달려보았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몸이 변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지만 밤하늘을 눈과 사진으로 담으러 가는 설렘에 운전하며 졸리거나 장비를 설치하며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지에는 비가 내렸던 주중에 해발고도 750m의 강원도 산지는 눈이 소복이 덮여있었습니다. 사방으로 트여있어 볕이 잘 드는 명당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쌓인 눈이 신발의 발목을 적시기 충분했지요. 겨울용 방한화로 갈아 신고 주변을 살펴보니 배고픈 야생동물이 다녀간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야외에서 음식물을 취식할 경우 냄새를 맡은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두워지고 '무엇을 담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잡아본 버나드..

최근에 영입한 Antlia Quad 필터 두 번째 테스트 대상으로 지난번 장미성운에 이어 담아본 갈매기성운입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찬 겨울 밤하늘은 미세먼지 없는 상쾌하고 맑은 공기를 선사했지만 상층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시상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날이 많습니다. 오히려 여름의 맑은 날이 시상이 좋은 날이 더 많지요. 이날 역시 바람이 간간이 불다가 한 번씩 크게 휘몰아치는 돌풍이 찾아와 천체사진 촬영에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갈매기성운'은 '장미성운'으로 유명한 외뿔소자리에 위치한 또 다른 방출성운입니다. 안타깝게도 육안으로는 넓은 모습을 관찰하기 어렵고 내부에 위치한 NGC 2335와 2343으로 존재를 가늠할 뿐이죠. 메시에 목록 M50을 찾기 위해 시리우스 기준 11시 방향을 호핑 할 때..